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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기절하기 좋은 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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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광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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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기절하기 좋은 계절에

최광희 목사

 

 

4월이 끝나고 일 년 중 가장 좋은 계절, 5월이 시작되었다. 창밖엔 각종 꽃이 만발하고 거리를 산책하면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모르는 꽃향기가 가득하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계절에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식당에서 기분 좋은 점심을 하고 돌아와 밀린 일을 좀 하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 몸이 너무나 무겁게 느껴진다. 그냥 앉아 있어도 졸리지만, 만일 식사 후에 운전대를 잡을 때 밀려오는 졸음이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따스한 햇살이 스며들어 오는 이 계절, 식곤증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자연의 속삭임처럼 느껴진다. 봄날은, 진짜 밥 먹고 기절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봄에는 왜 식곤증이 더 강하게 느껴질까? 봄철은 기온 변화와 꽃가루로 인체 리듬이 쉽게 흔들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뜻해진 날씨에 혈액이 소화기관으로 몰리면 뇌 산소 공급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나른함이 배가된다. 게다가 겨우내 쌓인 피로가 풀리며 멜라토닌 분비가 활발해져 식사 후 졸음이 증폭되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탄수화물 위주의 한식이 식곤증을 부채질한다. 비빔밥이나 돌솥밥 한 그릇이면 완벽한 기절 모드로 직행한다. 그런 면에서는 밀가루를 많이 사용하는 중식도 마찬가지이다. 대낮인데도 감당하기 어려운 졸음이 쏟아질 때면, 겟세마네 동산에서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그날 밤에 예수님은 기도하려고 했으나 졸음을 이기지 못하는 제자들을 향해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구나.”라고 하셨다.

 

식곤증을 떠올릴 때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식곤증(食困症)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가 푸드 코마”(Food coma)라는 사실이다. 코마(κμα)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말에서 단순히 잠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이 말이 라틴어를 거쳐 영어에 와서도 잠을 의미하는 단어로 쓰이게 되었다. 물론 오늘날 영어에서는 잠을 나타내는 말로 코마(coma)보다는 sleep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깊은 잠을 표현하던 코마(κμα)는 현대 영어에서 잠보다는 혼수상태를 의미하는 의학 용어로 더 널리 쓰이고 있다. ‘코마는 의학 지식과 함께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들어와서 우리나라 병원에서도 의식 불명의 환자를 코마 상태라고 부르고 있다.

전문적으로 말하면 의식 불명 상태는 (1) 완전히 의식이 없는 혼수상태(Coma), (2) 눈을 뜨고 자고 깨는 주기가 있으나 의식은 없는 식물인간 상태(Vegetative State), (3) 미약한 의식이 존재하나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최소의식 상태(Minimally Conscious State)로 나눌 수 있다. 그러니까 코마 상태라는 말은 환자가 굉장히 위중한 상태에 처했다는 말이다. 이처럼 코마란 상당히 심각한 단어인데 영어권에서는 어쩌자고 식곤증을 푸드 코마(Food coma)라고 부르는지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봄날에 밥만 먹으면 찾아오는 식곤증을 영어로 말하면 밥 먹고 기절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건강하자고 먹는 것이 음식인데 그걸 먹고 코마 상태, 즉 혼수상태에 빠진다고 생각하니 어이없는 웃음이 배시시 새어 나온다. 하지만 이 식곤증이 운전 중에 찾아온다면 그것은 웃을 일만은 아니다. 필자의 경우 운전 중 졸릴 때 사탕도 먹어보고 물도 마셔보고 노래도 불러보지만 대부분 큰 효과가 없다. 봄철이든 다른 계절이든 식후에 운전하다가 졸음이 쏟아질 때는 억지로 버티지 말고, 재빨리 안전한 장소를 찾아 차를 멈추고 잠깐의 기절을 허락하는 것이 낫다. 그러면 진짜 코마, 즉 혼수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봄날에 찾아오는 식곤증은 10여 분간 자고 일어남으로써 다시 회복할 수 있지만 신앙생활 중에 종종 찾아오는 영적 졸음 상태는 훨씬 심각한 문제이다. 영적 침체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면, 방금까지는 멀쩡하다가 설교만 시작하면 그렇게 졸리고 설교만 끝나면 다시 멀쩡해지는 현상, 어떤 교인이 너무나 보기 싫은 현상, 주님 앞에 드리는 헌금이 갑자기 아까워지는 현상, 그러다 결국에는 주일에 교회 가기가 싫어지는 현상 등이다.

이런 일은 봄날만이 아니라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찾아올 수 있다. 운전하다가 졸릴 때 어떤 노력을 해도 도움이 되지 않듯이, 영적 침체 현상은 혼자만의 노력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영적 침체에 빠진 성도에게는 주변 성도들의 기도와 상담 등의 적극적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주님의 은혜가 임해야 한다. 그러므로 영적 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건강한 신자와의 정기적 교제권 안에 머물러야 하며 영적으로 건강할 때 항상 그런 은혜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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